윤동주 묘 찾아낸 故 오무라 교수, 그가 평생 모은 한국문학 자료로 학술대회 열렸다

입력 2024-02-02 18:02   수정 2024-02-02 19:21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시인)은 2022년 11월, 용재상을 수상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오무라 마스오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1933~2023)를 연세대 근처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오무라 교수는 시인 윤동주의 묘소를 처음 발견하고 이기영의 <고향> 등 여러 한국 작품을 일본으로 번역한 기념비적 학자다.

오무라 교수는 "내가 죽으면 평생 모은 한국문학 관련 자료를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하겠다"고 약속했고, 문 관장은 "그럼 자료를 주지 마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시라"고 답했다. 그러나 오무라 교수는 귀국 후 몇달새 건강이 악화돼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유족인 오무라 아키코 여사는 일본의 여러 대학에서 쏟아지는 요청을 마다하고 국립한국문학관에 자료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일 서울 연세대 위당관에서 '한국문학과 오무라 마스오'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오무라 교수가 평생 수집하고 연구해온 자료 약 1만5000여점을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한 걸 기념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다큐멘터리 '오무라 마스오의 서재: 시간이 쌓아올린 빛'을 상영했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의 삶과 연구 세계, 그리고 지난해 10월 일본 치바현 자택에서 요코하마항, 인천항을 거쳐 국립한국문학관에 전달되기까지의 자료 이관 과정을 담은 영상이다.

유족 오무라 아키코 여사는 자료를 기증하면서 "(서재에서) 이 책이 없어지는 것은 서운하지 않다"며 "젊은 시절의 오무라가 그랬듯 (문학관에 보관된 오무라의 자료를 보고) 흥미를 가질 아이가 분명히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행사 1부 '윤동주-자료, 문화, 콘텐츠'에서는 한·일 전문가들이 오무라 교수의 주요 업적 중 하나인 윤동주 연구에 대해서 윤동주문학관 등 문화 콘텐츠 관점에서 논했다. 2부에서는 '한국문학과 오무라 마스오'를 주제로 오무라 교수의 연구 성과를 살펴봤다.

오무라 교수의 기증자료는 현재 기초목록만 작성된 상태다. 방대한 양으로 인해 정리가 완료되기까지 1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월남 작가 선우휘, 황순원의 월남 이후의 원본과 월북 작가인 이기영, 한설야의 월북 이후 원본 등 한국 현대문학의 형성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도 수집됐다. '윤동주를 사랑한 일본 학자'로 불렸던 오무라 교수인 만큼 윤동주의 재판 판결문과 명동소학교, 릿쿄대학의 학적부, 묘소 발견 당시의 사진 등 윤동주 관련 자료 역시 다수 포함됐다.

문 관장은 "이번 해외 수증을 계기로 한국문학을 안팎에서 바라볼 수 있는 국립한국문학관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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